2025.01.04(토)
벌써 여행 마지막 날.... 내일 떠난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아쉽기만 하다.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나 마트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우리의 방앗간이 된, Marcato Civico에 다시 들려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이탈리아 브런치는 바로 와인ㅎㅎ
이번에는 pescheria에서 해산물 스튜와 대구살 요리? 그리고 tagliere를 주문했다. 진심 다 맛있었다!
특히 대구살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었다! 챗 GTP에게 레시피를 물어봐야겠어:)
Savona 쇼핑센터 안에 있는 Coop 마트를 방문했다. 쇼핑 목록은 점심에 먹을 cozze pasta 재료이다. 마트는 언제 가도 너무 기분 좋은 장소이다.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식료품들도 많고 너무 저렴하다! 천국이야! 자주 왔던 마트지만 오늘은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구경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마트의 모습도 흥미롭다.
집 가는 길에 본 대형 크루즈. 이탈리아에서 만든 크루즈라고 한다. 진짜 크고 웅장하다. 크루즈 안에 없는 게 없다던데 나도 나중에 크루즈 타고 Savona에 와야겠다:)
오늘 점심 메뉴는 cozze&vongole pasta(홍합&바지락 파스타)이다. 작년 여름에 La spezia를 방문했을 때, 먹었던 홍합 파스타가 자꾸 생각나서 마르코에게 말했더니 오늘 만들어 준다고 했다. 나 완전 럭키비키하잖아♥
1.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잘게 다진 마늘, 양파, 허브를 넣어 볶는다.
2. 홍합, 바지락, 새우를 넣고 볶는다.
3. 화이트 와인을 넣고 간을 한다.
4. 그 사이에 파스타 면을 삶는다.
5. 잘 익은 면을 홍합 소스에 잘 버무려 맛있게 먹는다.
예쁘게 플레이팅까지 해주는 스윗남:) 내가 좋아하는 타르타르도 만들어줬다.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타르타르에 손이 안 가잖아ㅠ 미안....
진짜 한 솥 만들었는데 둘이서 다 먹었다. 아니 내가 거의 다 먹었다.... 너무 맛있잖아요ㅠ
파스타 다 먹고 scarpetta(스카르뻬따)까지 해서 먹었다. Scarpetta는 음식에 남은 소스를 닦아 먹는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이다. 요리가 정말 맛있어서 빵으로 남은 소스까지 다 먹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접시까지 핥아먹었다고 하는 표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쉬다가 산책을 나갔다. 떠나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마을인, Varazze를 다시 방문했다.
Pesceria에서 해산물 튀김도 먹고 싶고 Varazze의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Marina di Varazze
바라제에 있는 요트 선착장이다. 선착장에 요트를 정박할 수 있고, 요트를 탈 수도 있는 곳이다. 선착장에 복합주택단지도 들어서 있다. 1층에는 주로 레스토랑, 요트 판매 및 대여점,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2층은 주거지가 있다.
요트 판매점 앞에는 요트의 스펙과 가격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다양한 요트들이 있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거의 집 한 채 값이었고 새 요트만 아니라 중고 요트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요트 정비소? 같은 곳들도 있어 요트를 수리할 수 있고 직접 요트 부품이나 요트에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는 가게도 있다. 나와 다른 세상을 보니 뭔가 설레고 심장이 뛰었다.
항상 부자가 되면 요트와 비행기를 사서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막연히 요트를 사고 싶다고 생각했지 직접 요트를 보러 가거나 가격을 찾아본 적은 없었는데. 선착장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요트들을 직접 보고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대략 몇 피트의 요트는 이 정도 가격이구나, 이런 스펙을 가지고 있구나 를 알 수 있었다.
요트에 물과 전기를 충전하는 모습이다. 요트에 전기와 물을 충전한다는 사실도 오늘 알게 되었다. 별거 아니고 당연한 건데 왜 이렇게 신기하지? 선착장을 돌아보는데 작은 요트부터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요트까지 볼 수 있었다.
저렇게 큰 요트는 아마 중동 부자들의 요트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나갔다. 나도 요트를 꼭 사서 지중해 섬들을 탐험해야지!
오늘 Varazze에 온 목적인 pescheria에 갔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생선가게가 문을 닫았단다....
사장님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생선을 잡아오시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정직하신 거 아닌가요?ㅠ 결국 해산물 튀김은 먹지 못하고 돌아섰다.
저번에 산책하며 지나쳤던 예쁜 펍이 있었는데 그곳에 가자고 해서 방문했다. 제노바에서 갔던 술집처럼 내부가 깊고 동굴 같은 느낌이었다. 아늑하고 빈티지한 느낌이 술집으로 딱이었다.
해산물 튀김을 먹지 못한 나를 위해 마르코가 다양한 튀김을 주문해 줬다ㅎㅎ Acciughe Fritto(엔초비 튀김)과 Acciughe Ripiene(엔초비 속에 소를 넣고 튀긴 튀김), 그리고 타코와 tagliere까지 진짜 푸짐하게 주문했다:)
처음 먹어보는 Acciughe Ripiene. 이거 진짜 정말 맛있어서 놀랐다. 술안주로 완전 강력 추천합니다!!!!
우리가 앉은 곳 뒤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줄이 생겼다. 줄을 서있는 손님들이 서로 대화를 하길래 아는 사이인 줄 알았는데 그냥 같이 줄을 서고 있으니 스몰 토크를 하는 거였다. 이탈리아에서는 말을 안 하고 조용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데 정말 인가보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잘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능력이 부럽게 느껴졌다.
마르코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의 계획고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솔직히 한국에 안 돌아가고 이곳에서 살고 싶었지만 한국에 나의 삶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다 잘 될 거야!
또 배부르게 아페리티보를 하고 계속 걸었다. 바람이 불어 많이 추웠지만 마지막 날 밤이라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Varazze를 만끽하고 집에 들어갔다. 오늘도 너무 행복하네:)
우리 진짜 술 없이 못 사는 건가? 집에 가서 또 술에 안주... 미치겠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술이다ㅎㅎ 그래서 너무 좋아!
Spritz부터 Birre까지, 드라마 보면서 오늘 하루도 끝이 났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가 떠올라 계속 미소가 지어진다. 이래서 다들 블로그에 글을 쓰나 보다.